'2008/12'에 해당되는 글 3

  1. 2008.12.08 [T옴니아 와이드 리뷰] 똑똑하고 쓰기 쉽고…생각대로 다 된다
  2. 2008.12.05 독하게 독학한 제2의 미네르바들
  3. 2008.12.01 가상화 도입! 비싸잖아? 모르는 소리

[T옴니아 와이드 리뷰] 똑똑하고 쓰기 쉽고…생각대로 다 된다


기사입력 2008-12-08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T옴니아(SCH-M490)’가 지난주 전격 출시됐다. 일단 초기 반응은 뜨겁다.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던 스마트폰 마니아는 물론이고 일반 사용자까지 관심을 보이며 하루에 1000대가 넘는 제품이 팔리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으로는 이례적인 출발이라는 평가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모든 휴대폰을 망라해 가장 뛰어난 사양과 기능을 자랑하는 T옴니아. 과연 국내 휴대폰 시장의 지각변동을 이끌 ‘전지전능’한 제품이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계를 넘어서다…느린 속도, 부족한 배터리 용량 아쉬움>

“스마트폰이요?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어려워요. 첫 화면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니까요….”

국내 대부분의 휴대폰 사용자가 느끼는 이 같은 인식은 그동안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장벽이었다.

T옴니아는 이런 소비자의 고민과 인식을 바꾸려는 삼성전자와 SKT의 고뇌가 담긴 제품이다. 일반 휴대폰과 비슷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또 운용체계(OS)인 윈도모바일 6.1 프로페셔널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기능의 강점은 더욱 강화했다.

스마트폰 커뮤니티인 마이미츠의 박정환 운영자는 “스마트폰이 소수의 마니아층에만 머물렀던 가장 큰 이유가 일반 휴대폰에 비해 어려운 사용방법”이었다며 “T옴니아의 UI는 일반 휴대폰과 비슷해 일반 사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익숙한 기본 화면=T옴니아 이전의 스마트폰은 일반 휴대폰에 비해 다소 복잡하고 어렵게 화면이 구성돼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2인치급의 작은 화면에 전화와 메시지, 일정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표시하고, 플래시에 기반을 둔 그래픽 화면 전환 기능도 없어 ‘밋밋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T옴니아의 ‘기본 화면’은 일반 휴대폰 사용자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대화면의 풀터치 기반으로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일반 휴대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디자인은 지구 모양의 원형 안에 날짜와 시간, 외곽에는 오늘의 날씨가 표시된다. 이 화면이 지루하다면 설정을 다시해 윈도모바일 기본 화면을 비롯, 네 가지 모양을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강점인 일정관리도 기본 화면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

◇터치로 간편하게 화면 전환=기본 화면을 왼쪽 방향으로 드래그하면 12개의 고정형 ‘메뉴 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가로 석 줄, 세로 넉 줄로 구성된 메뉴 화면은 일반 휴대폰과 다를 바 없다. 또 ‘프로그램’과 ‘설정’ 메뉴를 제외한 10개의 메뉴는 사용자가 임의로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작업전환기’는 실행 중인 프로그램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속도 향상을 위해 일부 프로그램을 선택, 간편하게 종료할 수도 있다.

메뉴 화면을 다시 한번 드래그하면 21명의 사진과 연락처를 등록할 수 있는 ‘전화번호부 즐겨찾기’ 화면으로 이동한다. 사진으로 상대를 확인할수 있어 편리하다.

◇위젯과 다양한 무료 서비스 결합=기본 화면의 오른쪽 하단에 있는 ‘위젯’ 화면을 선택하면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SKT가 무료로 제공하는 뉴스와 날씨를 비롯해 정보이용료가 무료인 증권시황, 멜론 등 50여개의 기능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증권시황은 코스피, 코스닥, 환율은 물론이고 해외 증권시황까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관심종목을 5개까지 등록, 주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루 세 번씩 업데이트되는 뉴스와 함께 음악 서비스인 멜론도 원터치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 휴대폰은 물론이고 이전 스마트폰은 여러 번의 설정과 메뉴 선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작업을 위젯을 활용하면 터치 한 두 번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풀브라우징도 손색 없어=화질이 뛰어난 인터넷 풀브라우징 기능도 만족스럽다. 브라우저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와 오페라, 웹서핑 3종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3.3인치 WVGA(800×480) 해상도의 고선명 디스플레이여서 인터넷 화면를 확대하지 않더라도 글씨를 읽기에 큰 무리가 없다. 풀브라우징 서비스에 최적화하기 위해 해외에 출시된 옴니아(3.2인치, WQVGA)보다 스펙을 강화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SKT와 삼성전자 측은 풀브라우징을 스마트폰 확산을 위한 핵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식하고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와이파이(Wi-Fi) 기능도 지원, 비싼 무선 데이터 망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큰 강점이다. 두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벌리거나 좁히면서 화면 크기를 조절하는 ‘멀티터캄를 지원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이다.

◇멀티미디어·오피스 기능도 막강=음악과 동영상 감상 등 멀티미디어와 오피스 기능도 돋보인다. 동영상은 DivX 등 다양한 파일 형식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 특히 속도가 떨어지는 PC 싱크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외장형 저장장치로 인식시키면, 800MB 정도의 영화 한 편을 5분 정도면 복사할 수 있다. 여기에 화질 개선 칩도 장착, 동영상 데이터 처리 시 버퍼링을 최대한 줄였다. 또 외부 조도에 따라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채택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의 파일도 자유자재로 읽고 편집할 수 있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다. 워드와 엑셀 파일은 T옴니아에서 편집까지 가능하고 파워포인트 파일은 뷰어만 제공한다.

정영훈 PQI넷 사장은 “윈도모바일 기반의 다양한 컴퓨터 작업은 물론이고 일반 사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구성 등이 가장 큰 장졈이라며 “T옴니아 하나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업무에 사용하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느린 반응 속도 아쉬워=스마트폰용 CPU로는 최강급인 마블의 806㎒ CPU와 128MB의 메모리(RAM)를 탑재했지만 일반 휴대폰에 비해서는 반응 속도가 느리다. 워낙 많은 기능을 구현하다보니 가끔씩 메뉴 이동이나 기능 실행이 느려진다. 또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거나 메뉴를 여러 번 이동할 때 화면이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프리짱 현상도 나타났다. 삼성전자 측은 “동영상 등 데이터 처리가 많은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뉴스, 날씨, 푸시e메일 등 데이터 업데이트를 자동으로 설정해 놓았을 때 일시적으로 속도가 늦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원을 켤 때 기본 화면이 나타나기까지 1분여의 시간이 걸렸다. 햅틱폰이 30여초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휴대폰에 익숙해 있던 사용자는 ‘느리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배터리 하루도 못 가=다양한 기능에 매료돼 구매한 사용자라면 배터리 용량도 불만스러울 듯하다. 배터리 용량이 1440㎃ 로 1000㎃ 수준인 일반 휴대폰보다 상당히 크지만 풀스크린으로 많은 기능을 구현하게 되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출시한 스마트폰 ‘울트라메시징Ⅱ(SCH-M480)’의 용량(1480㎃)보다 적다.

디자인 과정에서 크기에 비례하는 배터리 용량을 일부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영상 재생이나 풀브라우징을 이용하니 하루종일 여유롭게 사용하기가 힘들었다. 전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데이터 처리 기능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항상 여분의 배터리를 충전해 가지고 다녀야 안심이 될 듯하다.

<닷새 만에 판매 6000대 돌파…당분간 인기 이어질 듯>

T옴니아는 출시 이전부터 SKT 매장은 물론이고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이 몰리면서 돌풍을 예고해 왔다. 이러한 소비자의 관심은 초기 판매대수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하루에 1000대가 넘는 제품이 팔려나가고 있다.

4일 SKT 관계자에 따르면 “본격 출시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닷새간 6000대가 넘는 제품이 개통됐다”며 “이전 스마트폰의 초기 판매대수와 비교할 수 없는 이례적인 판매 추이”라고 말했다.

4Gb 제품이 96만8000원인 초고가의 휴대폰인데도 일반 사용자는 물론이고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스마트폰 마니아들도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코엑스 SKT 매장에는 하루에 20여대의 T옴니아가 입고되고 있지만,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얼리어답터와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사전 예약 판매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본격적인 판매 추이는 이 같은 수요가 어느 정도 끝나는 이달 중순 이후부터 판가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달 중순 출시 예정인 16Gb 용량의 ‘M495’를 기다리는 수요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올해 말까지 T옴니아의 열기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햅틱폰 등으로 강점을 이어온 터치 UI에 강력한 성능까지 더해진 T옴니아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기대했으며 “TV·온라인 광고와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펼쳐 T옴니아의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독하게 독학한 제2의 미네르바들


» “독하게 독학한 제2의 미네르바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강호에 황톳바람이 인다. 검객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잠깐 허공을 갈랐을 뿐인데, 주변의 허수아비들은 하나둘씩 쓰러진다. 새로운 고수의 출현이다. 이름하여 ‘경방고수’(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의 고수). 백성들은 탄탄한 논리와 정보, 윤리적 자본주의관을 갖춘 그들의 신도가 되기를 마다 않는다. 광케이블을 타고 공간을 넘나드는 이들은 우리 시대의 ‘모피어스’이기도 하다. 그들이 묻는다. “네가 있는 곳은 매트릭스다. 허상의 세계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것인가, 아니면 매트릭스를 넘어 현실의 세상인 시온으로 발을 내디딜 것인가.”

경방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미네르바’는 실제로 지난 11월13일 올린 글에서 이렇게 썼다. “1차 타격은 역시, 소득 5분위 가운데 가장 밑바닥 계층부터 지금 허리케인이 몰아치고 있다. … 다만, 이런 구조적 매트릭스 쳬계에 대한 시각이 없이 매트릭스 안에서 사육만 당하고 있었다면?”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자신들을 둘러싼 구조를 인식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또 다음 아고라에서 ‘미네르바’와 함께 경방고수로 군림하고 있는 ‘SDE’가 최근 ‘서지우’라는 필명으로 낸 단행본 <공황전야>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찰스 킨들버거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경제학)의 말이다. 황혼녘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듯 경방고수들이 최근 비상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매트릭스에 갇혀 사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선지자’, 경방고수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네티즌 추천받아 ‘경방고수’ 인터뷰

<한겨레21>은 다음 아고라 토론방과 <인터넷 한겨레> 토론방 ‘한토마’에서 경방고수로 통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각 토론방에는 “이 사람이 경방고수”라고 추천하는 네티즌의 글이 많은데, 복수의 추천을 받은 논객들을 경방고수로 보고 접촉을 시도했다. 이들 가운데 ‘미네르바’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필명을 떨치고 있는 ‘SDE’ ‘상승미소’ ‘헝그리울프’ ‘양원석’(이상 아고라 필명), ‘명사십리’ ‘마포강변’(이상 한토마 필명)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경방고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 분야에 대한 학문적·직업적 기반이 없다는 점이었다. ‘SDE’는 금융 쪽은 물론 일반 기업의 근무 경력도 없다. 그는 학부에서 박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줄곧 공학을 공부했고 지금도 관련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대운하 1천조설’을 제기하며 한때 경찰의 수사선상에까지 오른 ‘명사십리’ 또한 마찬가지다.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과 <인터넷 한겨레> 한토마를 오가며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그는 서울에서 부동산 상담을 하면서 전자상거래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토목공학을, 대학원에서는 종교철학을 공부했다. ‘양원석’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회복지사고, ‘헝그리울프’는 동시통역사다. ‘상승미소’가 그나마 예외였는데,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현재 보험회사의 라이프플래너다. 경방고수 대부분이 자생적 비주류 비판경제론자들인 셈이다.

강호에 황톳바람이 인다. 검객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잠깐 허공을 갈랐을 뿐인데, 주변의 허수아비들은 하나둘씩 쓰러진다. 새로운 고수의 출현이다. 이름하여 ‘경방고수’(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의 고수). 백성들은 탄탄한 논리와 정보, 윤리적 자본주의관을 갖춘 그들의 신도가 되기를 마다 않는다. 광케이블을 타고 공간을 넘나드는 이들은 우리 시대의 ‘모피어스’이기도 하다. 그들이 묻는다. “네가 있는 곳은 매트릭스다. 허상의 세계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것인가, 아니면 매트릭스를 넘어 현실의 세상인 시온으로 발을 내디딜 것인가.”

경방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미네르바’는 실제로 지난 11월13일 올린 글에서 이렇게 썼다. “1차 타격은 역시, 소득 5분위 가운데 가장 밑바닥 계층부터 지금 허리케인이 몰아치고 있다. … 다만, 이런 구조적 매트릭스 쳬계에 대한 시각이 없이 매트릭스 안에서 사육만 당하고 있었다면?”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자신들을 둘러싼 구조를 인식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또 다음 아고라에서 ‘미네르바’와 함께 경방고수로 군림하고 있는 ‘SDE’가 최근 ‘서지우’라는 필명으로 낸 단행본 <공황전야>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찰스 킨들버거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경제학)의 말이다. 황혼녘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듯 경방고수들이 최근 비상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매트릭스에 갇혀 사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선지자’, 경방고수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다양한 이력 가진 30·40대 많아

비전공자들의 경제 고수 등극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SDE’는 ‘비선형 확률제어’를 공부했다. 주로 로켓·미사일·우주항공 등에 적용되는 학문이다. 정해진 공간 안에서 불특정한 변수의 입력값이 달라질 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다. 이런 모델 연구에는 수학이 중요한 도구로 쓰이는데, 결과적으로는 계량경제학이나 파생금융과 유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동시통역사인 ‘헝그리울프’는 외환위기 때 금융 분야에서 일했다. 동시통역을 하려면 관련 분야를 충분히 이해해야 했다. 외신을 중심으로 경제 공부를 꾸준히 했다.

그러나 고수가 된 진정한 비밀은 성실성과 천재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승미소’는 경방고수 가운데 유일하게 구체적 신원을 기꺼이 공개했다. 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인 이명로(39)씨다. 그는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6시30분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2시간여 동안 집중적으로 블로그와 토론방에 올릴 글을 쓴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회사 고객들을 시간 단위로 만난다. 지방 출장도 잦다. 상담이 끝나면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 저녁 9시까지 다음날의 업무를 준비한다. 밤 10시께 집에 들어와 2시간 정도 인터넷을 검색한다. 국내 언론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 언론과 국내외의 경제 관련 ‘파워블로그’를 찾아다닌다. 잠은 5시간 정도 잔다. “하루 종일 나 자신과 싸운다”고 이씨는 말했다.

» 다음 아고라 경제방 게시글 수

‘SDE’는 <한겨레21>과 인터뷰 때 1997년 이후 한국 경제의 주요 사건을 줄줄이 기억해냈다. 따로 메모를 보지 않고서도 거침없이 연도와 사건과 숫자를 이야기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98년 12월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빅딜안이 나왔는데, 나는 찬성했어요. 당시 대우차는 90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거든요. 외환위기 때 한국의 부실채권이 120조원이었는데, 대우가 파산하면 그에 육박하는 부채가 발생할 수도 있었지요. 결국 99년 4월에 빅딜이 무산됐어요. 그해 7월에 대우는 4조원의 협조융자를 받았고 8월에는 결국 파산했지요….” 비선형 확률제어를 전공하는 그의 머리에는 지난 10년에 걸친 주요 경제 사건과 논쟁의 세밀한 결이 두루 입력돼 있었다.

제아무리 천재적이고 성실하다 해도 내공을 쌓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경방고수의 대부분은 30·40대였다. ‘SDE’는 정확한 나이를 밝히길 꺼렸지만, 여러 경력으로 볼 때 40대 초·중반으로 추정된다. ‘명사십리’와 ‘마포강변’은 40대 후반, ‘헝그리울프’는 40대 초반, ‘상승미소’는 30대 후반, ‘양원석’은 30대 초반이었다.

이들의 연륜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대중적 글쓰기의 연습 과정이다. ‘명사십리’는 조세 관련 전문지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제 쪽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는데, 각종 예규와 판례 등을 쉬운 말로 바꿔 기사화하는 3년의 기자생활 동안 글쓰기의 바탕을 익혔다. ‘상승미소’도 2000년 무렵부터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등에 글을 써왔다.

‘SDE’는 가장 혹독하게 글쓰기를 연마한 경우다. 경제 분야 글쓰기 이력이 벌써 10년을 넘겼다. 1996년 말부터 PC통신 하이텔에서 활동했다. 이듬해 7월 ‘기아사태’가 났을 때,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기아자동차를 다른 대기업에 넘기는 데 반대했다. 결국 몇 달 못 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그는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온라인을 통한 글쓰기를 계속했다. “2005년 이후에는 한국 사회의 경제 성격을 놓고 좌파 논객들과 논쟁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나온 민주노동당의 세금정책을 비판하는 논쟁도 벌였다. 거시 이론을 앞세우는 좌파를 논파하기 위해 그 역시 치밀한 글쓰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검증 속에서 명망을 얻은 고수들이다 보니 나름의 ‘비기’(秘技)를 하나씩 갖고 있다. 환율 분석과 예측에 관한 한 ‘미네르바’는 지존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7월에 환율 폭등을 예견했고 나중에 그대로 들어맞았다. 전문가들조차도 ‘미네르바’가 인용하는 정보 수준을 최고 경지라고 평가한다.

“이건 아니다”라는 위기의식 공통점

‘헝그리울프’는 <블룸버그> <로이터>를 비롯해 국외 사이트에 뜬 한국 관련 뉴스들을 신속하게 토론방에 올리고 간단한 번역까지 해주며 명성을 얻고 있다. ‘양원석’은 일종의 지식중개인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어려운 용어와 개념이 자주 출몰하는 경방고수들의 글을 초보자용으로 쉽게 풀어준다. 이를 위해 각종 사이트들을 뒤져 자신이 이해할 때까지 공부하고 있다.

» 경방고수 가운데 정부 발표를 쉽게 정리하기로 이름난 ‘상승미소’. 본명이 이명로인 그가 11월24일 다니는 회사에서 얼굴을 공개했다.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SDE’는 수학을 바탕으로 한 공학적 지식으로 거시경제 모델을 분석·예측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부동산 폭락론’을 제시했는데, 그 뒤 부동산 가치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승미소’는 정부 정책의 의미와 효과를 정리하는 데 달인으로 손꼽힌다. 실물경제의 흐름을 잘 이해하면서 펀드나 주식 등 일반인들의 관심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게 강점이다. “거시경제를 알리는 동시에 번 돈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런 모든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모두 힘없는 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미네르바’가 “천민의 관점에 서야 한다”고 촉구한 대목을 연상시켰다. ‘SDE’는 인터넷에 왜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무엇보다 ‘이건 아니다’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전 국민이 재앙을 입게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글을 쓴다”고 했다.

‘명사십리’는 지난해 9월부터 경제 논객으로 활동했는데, 그 무렵부터 “경제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회사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한국 경제의 위기 구조에 대한 ‘계몽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자신에게 이문이 남는 일은 아니다. ‘상승미소’는 특별히 개인과 가족에 대한 관심이 많다. “경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펀드나 주식에 투자할 때가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더라고요. 신문에는 무조건 (증시에 투자해도) 된다고 기사가 나오니까, 더 그런 거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글을 쓰게 됐어요.”

‘양원석’은 “경제 관련 서적 가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다”고 말했다. 그로서는 경방고수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에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경방고수의 글을 소개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 간극을 내가 메웠다는 생각이 들 때의 뿌듯”한 맛 때문에 그는 작업을 멈출 수 없다.

“올해 초 미국·영국·인도 등 각국 정상의 신년사가 ‘미국발 위기의 파장이 올 테니 허리띠 매고 정신 단단히 차려야 한다’였는데, 정작 우리 대통령은 ‘주가 3천 간다’고 하더군요. 이거 큰일 나겠구나 싶었죠.” 동시통역사인 ‘헝그리울프’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고라 경제방에 글을 올리는 것뿐이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활동

지난 7월 이후, 고급 정보와 치밀한 분석을 대중친화적 언어로 풀어쓰는 경방고수가 속속 등장하면서, 그동안 강호를 지배했던 경제관료나 학자, 애널리스트들은 한발 물러서 숨죽이고 있다. 암울한 전망을 그대로 내놓을 수 없는 ‘제도권’의 한계 때문에 이들의 은인자중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경방고수들은 내다봤다.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조직 논리 때문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지 못하고, 경제학 교수들은 학문적 위신 때문에 몸을 사리고, 언론은 주식이 잘돼야 광고가 잘되는 탓에 위기설을 숨긴다고 ‘헝그리울프’는 분석했다. 그는 현역 애널리스트 가운데 ‘미네르바’와 논쟁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이가 과연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상승미소’는 “인터넷은 진짜 전문가를 키워내는 시장”이라며 “인터넷 덕분에 진짜 진실이 통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방고수의 진정한 내공은 따로 있다. <한겨레21>과 만난 경방고수들은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다.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본뜻을 살리는 글쓰기가 자신들이 몰두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마포강변’은 “결국 철학의 문제”라며 “경제라는 게 인간을 위한 것이고, 지금의 위기는 인간과 국가의 탐욕이 만들어낸 건데, 그걸 자제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게 내 논리”라고 밝혔다. ‘SDE’도 “경제는 말 그대로 경세제민일 뿐 개인의 부귀와는 관련 없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양원석은 “중산층 이하 서민이 이 상황을 알고 생존의 방법을 찾고 새 패러다임을 찾는 걸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경방고수들의 작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상승미소’는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못박는다.

경방고수, 그들은 지금 인간 대신 자본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기존 경제학의 ‘매트릭스’에 파산선고를 내리려 하고 있다.

미네르바는 누굴까

“외환 전문가” 한목소리… 나이는 “70대” “30대” 갈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환율 급등을 적중시키며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호칭까지 듣는 미네르바.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시대의 불확실성과 정권의 낮은 신뢰가 미네르바의 날개를 떠오르게 하는 양력이 됐듯, 오리무중에 갇힌 그의 정체는 시간이 갈수록 그를 더 신비화하고 있다.

그에 대한 정보가 처음 흘러나온 때는 11월12일. <매일경제>가 정보당국을 출처로 ‘미네르바는 50대로, 해외 경험이 있는 증권맨’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인터넷에 미네르바를 안다는 사람의 글이 뜨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네르바의 글을 보면, 문체는 젊은이의 것이되 소재는 1950∼60년대 머슴살이까지 거론하고 있다. 자신의 연륜이 오래됐다는 걸 각인시키기 위한 장치다. 그는 마지막에 쓴 글에서도 “나… 그냥 노인네야…”라고 밝히고 있다.

외환과 관련한 정보의 깊이와 분석이 워낙 뛰어난 때문인지, 미네르바가 외환시장 계통에서 일하는 인물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의 연령대는 여전히 물음표다. 경방고수 가운데 ‘명사십리’는 “생각이 깊어 인생을 오래 산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근거와 함께 그의 나이가 70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업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확인해본바, 그는 올해 31살로 외국계 금융사에서 일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네르바의 나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추정치는 할아버지와 그 손자 사이를 오가고 있는 셈이다.

미네르바는 11월18일 이후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우리 사회의 ‘숭배’는 멈출 기미가 없다. 그의 글들을 모아 볼 수 있는 ‘다음 아고라 미네르바 글모음’(cafe.daum.net/iomine) 카페는 아예 미네르바가 아고라에 올린 글들을 책으로 엮어 팔고 있다. 회원 수만 5만여 명에 이르는 이 카페의 카페지기는 11월27일 “개인이 인쇄하려면 한 쪽당 30∼40원이 들어,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인쇄를 하고 지인들에게 알리려는 취지로 책을 만들게 됐다”며 “지금까지 1800부 이상 팔렸는데, 내게 판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업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달 말까지만 접수하고 인쇄는 그만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네르바가 절필을 선언하면서 읽어보라고 추천한 단행본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그중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리오 휴버먼 지음, 장상환 옮김)를 발행하는 출판사 책벌레 쪽은 “2000년에 처음 출판해 1년에 3천 부 정도 팔렸으나 (미네르바 추천 이후) 석 달 사이에 1만 부가 팔렸다”며 “11쇄까지 나왔었는데 그 사이에 14쇄까지 찍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미네르바 열풍도 식을 줄 모른다. 경방고수 ‘헝그리울프’는 “아는 친구 회사에서는 여직원들이 미네르바의 글을 10번식 자필로 쓰는 운동을 한다더라”며 “정부 당국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경방고수’들의 한국 경제 전망

고통 2배 각오… 정부 실책 땐 공황 올 수도

‘그래도 그렇지, 경방고수라는 이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너무 비관적 전망만 내놓는 것 아냐?’ 당사자들은 이 물음에 “그것이 솔직한 진실”이라고 했다. 경방고수가 보는 한국 경제 예측, 그리고 그 근거를 들어봤다.

SDE: 정부는 20조원의 재정 지출이 100조원 정도의 지출 효과를 낼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은행에 대한 대출 강요와 금리 인하에 목매단 채권펀드 조성은 원화 하락만 부추길 뿐이다. 12월에 은행들의 외환 유동성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1/4분기까지가 단기 바닥이다. 향후 전망은 은행의 예대율이 100% 밑으로 떨어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추세적 하락 속도가 빠르면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동시에 공황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은 앞당겨질 것이다. 반면 속도가 완만하면 고통은 경감되지만 공황은 길어질 것이다.

명사십리: 비관적이다. 대공황 차트를 분석한 결과, 대세 상승기 이후 내년에 대하락기가 있다. 주가 500선이다. 내년 11월 정도까지는 (위기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유가가 폭등하게 돼 있다. 우리가 받을 호재의 가능성도 있다. 아웃소싱이다. 반도체, 유전공학, 나노 분야, 태양에너지 등 기술을 갖추고 인건비가 미국보다 싼 일감들이 들어오면, 환율이 안정되면서 먼저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마포강변: 지금보다 50% 가난하게 살 생각을 해야 한다. 수출은 내년에 여전히 엉망진창일 것이고, 무역수지에서 흑자가 나도 자본수지는 적자가 날 것이다. “이 정도 고통이 올 것이다”라고 정부가 솔직히 얘기해야 한다. 결국 있는 사람들이 희생해야지 않겠나. 양극화가 심화되면 혁명에 준하는 사태가 날 수도 있다.

양원석: 정부가 빚을 빚으로 막으려 할수록 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대공황과 비슷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본다. 단순한 경제위기라기보다는 중산층이 몰락할 것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가상화 도입! 비싸잖아? 모르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