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수용소서 키운 사랑..17년만에 뉴욕서 백년가약>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10.14 11:10

(노스마이애미비치 < 美 플로리다주 > AP=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수용소 철조망 사이로 만났던 10대들이 17년 만에 미국에서 재결합해 결혼에 골인했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플로리다 바닷가에 사는 헤르만 로젠블라트(79)와 로마 라치키(76) 부부.

이들의 운명적 만남은 로젠블라트가 독일의 슐리벤 강제수용소에 수용됐던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진티푸스로 아버지를 여읜 로젠블라트는 가족과도 생이별해 수용소에서 매일같이 페인트칠 등 고된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어느 날 철조망 담 앞에서 쉬고 있던 12세 소년 로젠블라트와 로마의 눈길이 마주쳤고 로마는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담 너머로 던졌다. 로젠블라트의 외모에 한눈에 반해버린 것이었다.

인근 농장에서 일하던 로마는 이후에 수개월 동안 매일같이 철조망 앞에 나타나 로젠블라트를 향해 사과를 건네줬다.

이들은 당시에는 서로 이름도 몰랐고 감시원에게 발각될까 두려워한 나머지 한마디 말도 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젠블라트가 악명 높은 체코소재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로 이송되면서 이들의 만남은 종지부를 찍었다.

죽음의 위기에 몰렸던 로젠블라트는 탱크를 앞세운 소련군이 진격해 강제수용소를 해체하면서 살아남았다.

전쟁이 끝나고 로젠블라트는 영국 런던에서 TV 수선기술을 익혔고 로마는 이스라엘로 이주해 간호사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몇년 뒤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로젠블라트는 어느 날 소개팅 장소에서 만난 여성에게 자신의 전쟁 경험담을 털어놨고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이 바로 매일 사과를 던져준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날 밤 그는 로마에게 청혼했고 1958년 뉴욕시내의 한 유대 교회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로젠블라트는 자신의 사랑을 소재로 한 '천사소녀'(Angel Girl) 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출간했고 내년에는 '철조망의 꽃'(The Flower of the Fence)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을 발간하고 영화도 만들 예정이다.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