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 해당되는 글 6

  1. 2009.02.13 [60년째 제자리 한국 철도]
  2. 2008.12.05 독하게 독학한 제2의 미네르바들
  3. 2008.11.17 공중파 업은 IPTV, 방송계 '핵폭탄' 될까
  4. 2008.10.14 <獨 수용소서 키운 사랑..17년만에 뉴욕서 백년가약>
  5. 2008.09.25 도올의 포효... 가슴이 저립니다
  6. 2008.09.16 "IE만 호강”…한국서 몸살난 웹브라우저들

[60년째 제자리 한국 철도]


[60년째 제자리 한국 철도]

유럽선 작은 마을까지 철도로 연결… 유레일 패스 한장이면 어디든 OK
한국철도는 대부분 일제때 지은 것… 그나마 기차 안다니는 지역 더 많아

입력: 2009-02-11 18:32 / 수정: 2009-02-12 09:55

독하게 독학한 제2의 미네르바들


» “독하게 독학한 제2의 미네르바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강호에 황톳바람이 인다. 검객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잠깐 허공을 갈랐을 뿐인데, 주변의 허수아비들은 하나둘씩 쓰러진다. 새로운 고수의 출현이다. 이름하여 ‘경방고수’(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의 고수). 백성들은 탄탄한 논리와 정보, 윤리적 자본주의관을 갖춘 그들의 신도가 되기를 마다 않는다. 광케이블을 타고 공간을 넘나드는 이들은 우리 시대의 ‘모피어스’이기도 하다. 그들이 묻는다. “네가 있는 곳은 매트릭스다. 허상의 세계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것인가, 아니면 매트릭스를 넘어 현실의 세상인 시온으로 발을 내디딜 것인가.”

경방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미네르바’는 실제로 지난 11월13일 올린 글에서 이렇게 썼다. “1차 타격은 역시, 소득 5분위 가운데 가장 밑바닥 계층부터 지금 허리케인이 몰아치고 있다. … 다만, 이런 구조적 매트릭스 쳬계에 대한 시각이 없이 매트릭스 안에서 사육만 당하고 있었다면?”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자신들을 둘러싼 구조를 인식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또 다음 아고라에서 ‘미네르바’와 함께 경방고수로 군림하고 있는 ‘SDE’가 최근 ‘서지우’라는 필명으로 낸 단행본 <공황전야>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찰스 킨들버거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경제학)의 말이다. 황혼녘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듯 경방고수들이 최근 비상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매트릭스에 갇혀 사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선지자’, 경방고수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네티즌 추천받아 ‘경방고수’ 인터뷰

<한겨레21>은 다음 아고라 토론방과 <인터넷 한겨레> 토론방 ‘한토마’에서 경방고수로 통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각 토론방에는 “이 사람이 경방고수”라고 추천하는 네티즌의 글이 많은데, 복수의 추천을 받은 논객들을 경방고수로 보고 접촉을 시도했다. 이들 가운데 ‘미네르바’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필명을 떨치고 있는 ‘SDE’ ‘상승미소’ ‘헝그리울프’ ‘양원석’(이상 아고라 필명), ‘명사십리’ ‘마포강변’(이상 한토마 필명)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경방고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 분야에 대한 학문적·직업적 기반이 없다는 점이었다. ‘SDE’는 금융 쪽은 물론 일반 기업의 근무 경력도 없다. 그는 학부에서 박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줄곧 공학을 공부했고 지금도 관련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대운하 1천조설’을 제기하며 한때 경찰의 수사선상에까지 오른 ‘명사십리’ 또한 마찬가지다.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과 <인터넷 한겨레> 한토마를 오가며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그는 서울에서 부동산 상담을 하면서 전자상거래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토목공학을, 대학원에서는 종교철학을 공부했다. ‘양원석’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회복지사고, ‘헝그리울프’는 동시통역사다. ‘상승미소’가 그나마 예외였는데,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현재 보험회사의 라이프플래너다. 경방고수 대부분이 자생적 비주류 비판경제론자들인 셈이다.

강호에 황톳바람이 인다. 검객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잠깐 허공을 갈랐을 뿐인데, 주변의 허수아비들은 하나둘씩 쓰러진다. 새로운 고수의 출현이다. 이름하여 ‘경방고수’(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의 고수). 백성들은 탄탄한 논리와 정보, 윤리적 자본주의관을 갖춘 그들의 신도가 되기를 마다 않는다. 광케이블을 타고 공간을 넘나드는 이들은 우리 시대의 ‘모피어스’이기도 하다. 그들이 묻는다. “네가 있는 곳은 매트릭스다. 허상의 세계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것인가, 아니면 매트릭스를 넘어 현실의 세상인 시온으로 발을 내디딜 것인가.”

경방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미네르바’는 실제로 지난 11월13일 올린 글에서 이렇게 썼다. “1차 타격은 역시, 소득 5분위 가운데 가장 밑바닥 계층부터 지금 허리케인이 몰아치고 있다. … 다만, 이런 구조적 매트릭스 쳬계에 대한 시각이 없이 매트릭스 안에서 사육만 당하고 있었다면?”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자신들을 둘러싼 구조를 인식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또 다음 아고라에서 ‘미네르바’와 함께 경방고수로 군림하고 있는 ‘SDE’가 최근 ‘서지우’라는 필명으로 낸 단행본 <공황전야>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찰스 킨들버거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경제학)의 말이다. 황혼녘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듯 경방고수들이 최근 비상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매트릭스에 갇혀 사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선지자’, 경방고수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다양한 이력 가진 30·40대 많아

비전공자들의 경제 고수 등극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SDE’는 ‘비선형 확률제어’를 공부했다. 주로 로켓·미사일·우주항공 등에 적용되는 학문이다. 정해진 공간 안에서 불특정한 변수의 입력값이 달라질 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다. 이런 모델 연구에는 수학이 중요한 도구로 쓰이는데, 결과적으로는 계량경제학이나 파생금융과 유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동시통역사인 ‘헝그리울프’는 외환위기 때 금융 분야에서 일했다. 동시통역을 하려면 관련 분야를 충분히 이해해야 했다. 외신을 중심으로 경제 공부를 꾸준히 했다.

그러나 고수가 된 진정한 비밀은 성실성과 천재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승미소’는 경방고수 가운데 유일하게 구체적 신원을 기꺼이 공개했다. 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인 이명로(39)씨다. 그는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6시30분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2시간여 동안 집중적으로 블로그와 토론방에 올릴 글을 쓴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회사 고객들을 시간 단위로 만난다. 지방 출장도 잦다. 상담이 끝나면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 저녁 9시까지 다음날의 업무를 준비한다. 밤 10시께 집에 들어와 2시간 정도 인터넷을 검색한다. 국내 언론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 언론과 국내외의 경제 관련 ‘파워블로그’를 찾아다닌다. 잠은 5시간 정도 잔다. “하루 종일 나 자신과 싸운다”고 이씨는 말했다.

» 다음 아고라 경제방 게시글 수

‘SDE’는 <한겨레21>과 인터뷰 때 1997년 이후 한국 경제의 주요 사건을 줄줄이 기억해냈다. 따로 메모를 보지 않고서도 거침없이 연도와 사건과 숫자를 이야기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98년 12월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빅딜안이 나왔는데, 나는 찬성했어요. 당시 대우차는 90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거든요. 외환위기 때 한국의 부실채권이 120조원이었는데, 대우가 파산하면 그에 육박하는 부채가 발생할 수도 있었지요. 결국 99년 4월에 빅딜이 무산됐어요. 그해 7월에 대우는 4조원의 협조융자를 받았고 8월에는 결국 파산했지요….” 비선형 확률제어를 전공하는 그의 머리에는 지난 10년에 걸친 주요 경제 사건과 논쟁의 세밀한 결이 두루 입력돼 있었다.

제아무리 천재적이고 성실하다 해도 내공을 쌓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경방고수의 대부분은 30·40대였다. ‘SDE’는 정확한 나이를 밝히길 꺼렸지만, 여러 경력으로 볼 때 40대 초·중반으로 추정된다. ‘명사십리’와 ‘마포강변’은 40대 후반, ‘헝그리울프’는 40대 초반, ‘상승미소’는 30대 후반, ‘양원석’은 30대 초반이었다.

이들의 연륜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대중적 글쓰기의 연습 과정이다. ‘명사십리’는 조세 관련 전문지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제 쪽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는데, 각종 예규와 판례 등을 쉬운 말로 바꿔 기사화하는 3년의 기자생활 동안 글쓰기의 바탕을 익혔다. ‘상승미소’도 2000년 무렵부터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등에 글을 써왔다.

‘SDE’는 가장 혹독하게 글쓰기를 연마한 경우다. 경제 분야 글쓰기 이력이 벌써 10년을 넘겼다. 1996년 말부터 PC통신 하이텔에서 활동했다. 이듬해 7월 ‘기아사태’가 났을 때,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기아자동차를 다른 대기업에 넘기는 데 반대했다. 결국 몇 달 못 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그는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온라인을 통한 글쓰기를 계속했다. “2005년 이후에는 한국 사회의 경제 성격을 놓고 좌파 논객들과 논쟁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나온 민주노동당의 세금정책을 비판하는 논쟁도 벌였다. 거시 이론을 앞세우는 좌파를 논파하기 위해 그 역시 치밀한 글쓰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검증 속에서 명망을 얻은 고수들이다 보니 나름의 ‘비기’(秘技)를 하나씩 갖고 있다. 환율 분석과 예측에 관한 한 ‘미네르바’는 지존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7월에 환율 폭등을 예견했고 나중에 그대로 들어맞았다. 전문가들조차도 ‘미네르바’가 인용하는 정보 수준을 최고 경지라고 평가한다.

“이건 아니다”라는 위기의식 공통점

‘헝그리울프’는 <블룸버그> <로이터>를 비롯해 국외 사이트에 뜬 한국 관련 뉴스들을 신속하게 토론방에 올리고 간단한 번역까지 해주며 명성을 얻고 있다. ‘양원석’은 일종의 지식중개인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어려운 용어와 개념이 자주 출몰하는 경방고수들의 글을 초보자용으로 쉽게 풀어준다. 이를 위해 각종 사이트들을 뒤져 자신이 이해할 때까지 공부하고 있다.

» 경방고수 가운데 정부 발표를 쉽게 정리하기로 이름난 ‘상승미소’. 본명이 이명로인 그가 11월24일 다니는 회사에서 얼굴을 공개했다.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SDE’는 수학을 바탕으로 한 공학적 지식으로 거시경제 모델을 분석·예측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부동산 폭락론’을 제시했는데, 그 뒤 부동산 가치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승미소’는 정부 정책의 의미와 효과를 정리하는 데 달인으로 손꼽힌다. 실물경제의 흐름을 잘 이해하면서 펀드나 주식 등 일반인들의 관심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게 강점이다. “거시경제를 알리는 동시에 번 돈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런 모든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모두 힘없는 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미네르바’가 “천민의 관점에 서야 한다”고 촉구한 대목을 연상시켰다. ‘SDE’는 인터넷에 왜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무엇보다 ‘이건 아니다’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전 국민이 재앙을 입게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글을 쓴다”고 했다.

‘명사십리’는 지난해 9월부터 경제 논객으로 활동했는데, 그 무렵부터 “경제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회사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한국 경제의 위기 구조에 대한 ‘계몽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자신에게 이문이 남는 일은 아니다. ‘상승미소’는 특별히 개인과 가족에 대한 관심이 많다. “경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펀드나 주식에 투자할 때가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더라고요. 신문에는 무조건 (증시에 투자해도) 된다고 기사가 나오니까, 더 그런 거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글을 쓰게 됐어요.”

‘양원석’은 “경제 관련 서적 가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다”고 말했다. 그로서는 경방고수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에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경방고수의 글을 소개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 간극을 내가 메웠다는 생각이 들 때의 뿌듯”한 맛 때문에 그는 작업을 멈출 수 없다.

“올해 초 미국·영국·인도 등 각국 정상의 신년사가 ‘미국발 위기의 파장이 올 테니 허리띠 매고 정신 단단히 차려야 한다’였는데, 정작 우리 대통령은 ‘주가 3천 간다’고 하더군요. 이거 큰일 나겠구나 싶었죠.” 동시통역사인 ‘헝그리울프’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고라 경제방에 글을 올리는 것뿐이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활동

지난 7월 이후, 고급 정보와 치밀한 분석을 대중친화적 언어로 풀어쓰는 경방고수가 속속 등장하면서, 그동안 강호를 지배했던 경제관료나 학자, 애널리스트들은 한발 물러서 숨죽이고 있다. 암울한 전망을 그대로 내놓을 수 없는 ‘제도권’의 한계 때문에 이들의 은인자중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경방고수들은 내다봤다.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조직 논리 때문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지 못하고, 경제학 교수들은 학문적 위신 때문에 몸을 사리고, 언론은 주식이 잘돼야 광고가 잘되는 탓에 위기설을 숨긴다고 ‘헝그리울프’는 분석했다. 그는 현역 애널리스트 가운데 ‘미네르바’와 논쟁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이가 과연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상승미소’는 “인터넷은 진짜 전문가를 키워내는 시장”이라며 “인터넷 덕분에 진짜 진실이 통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방고수의 진정한 내공은 따로 있다. <한겨레21>과 만난 경방고수들은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다.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본뜻을 살리는 글쓰기가 자신들이 몰두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마포강변’은 “결국 철학의 문제”라며 “경제라는 게 인간을 위한 것이고, 지금의 위기는 인간과 국가의 탐욕이 만들어낸 건데, 그걸 자제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게 내 논리”라고 밝혔다. ‘SDE’도 “경제는 말 그대로 경세제민일 뿐 개인의 부귀와는 관련 없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양원석은 “중산층 이하 서민이 이 상황을 알고 생존의 방법을 찾고 새 패러다임을 찾는 걸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경방고수들의 작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상승미소’는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못박는다.

경방고수, 그들은 지금 인간 대신 자본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기존 경제학의 ‘매트릭스’에 파산선고를 내리려 하고 있다.

미네르바는 누굴까

“외환 전문가” 한목소리… 나이는 “70대” “30대” 갈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환율 급등을 적중시키며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호칭까지 듣는 미네르바.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시대의 불확실성과 정권의 낮은 신뢰가 미네르바의 날개를 떠오르게 하는 양력이 됐듯, 오리무중에 갇힌 그의 정체는 시간이 갈수록 그를 더 신비화하고 있다.

그에 대한 정보가 처음 흘러나온 때는 11월12일. <매일경제>가 정보당국을 출처로 ‘미네르바는 50대로, 해외 경험이 있는 증권맨’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인터넷에 미네르바를 안다는 사람의 글이 뜨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네르바의 글을 보면, 문체는 젊은이의 것이되 소재는 1950∼60년대 머슴살이까지 거론하고 있다. 자신의 연륜이 오래됐다는 걸 각인시키기 위한 장치다. 그는 마지막에 쓴 글에서도 “나… 그냥 노인네야…”라고 밝히고 있다.

외환과 관련한 정보의 깊이와 분석이 워낙 뛰어난 때문인지, 미네르바가 외환시장 계통에서 일하는 인물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의 연령대는 여전히 물음표다. 경방고수 가운데 ‘명사십리’는 “생각이 깊어 인생을 오래 산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근거와 함께 그의 나이가 70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업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확인해본바, 그는 올해 31살로 외국계 금융사에서 일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네르바의 나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추정치는 할아버지와 그 손자 사이를 오가고 있는 셈이다.

미네르바는 11월18일 이후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우리 사회의 ‘숭배’는 멈출 기미가 없다. 그의 글들을 모아 볼 수 있는 ‘다음 아고라 미네르바 글모음’(cafe.daum.net/iomine) 카페는 아예 미네르바가 아고라에 올린 글들을 책으로 엮어 팔고 있다. 회원 수만 5만여 명에 이르는 이 카페의 카페지기는 11월27일 “개인이 인쇄하려면 한 쪽당 30∼40원이 들어,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인쇄를 하고 지인들에게 알리려는 취지로 책을 만들게 됐다”며 “지금까지 1800부 이상 팔렸는데, 내게 판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업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달 말까지만 접수하고 인쇄는 그만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네르바가 절필을 선언하면서 읽어보라고 추천한 단행본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그중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리오 휴버먼 지음, 장상환 옮김)를 발행하는 출판사 책벌레 쪽은 “2000년에 처음 출판해 1년에 3천 부 정도 팔렸으나 (미네르바 추천 이후) 석 달 사이에 1만 부가 팔렸다”며 “11쇄까지 나왔었는데 그 사이에 14쇄까지 찍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미네르바 열풍도 식을 줄 모른다. 경방고수 ‘헝그리울프’는 “아는 친구 회사에서는 여직원들이 미네르바의 글을 10번식 자필로 쓰는 운동을 한다더라”며 “정부 당국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경방고수’들의 한국 경제 전망

고통 2배 각오… 정부 실책 땐 공황 올 수도

‘그래도 그렇지, 경방고수라는 이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너무 비관적 전망만 내놓는 것 아냐?’ 당사자들은 이 물음에 “그것이 솔직한 진실”이라고 했다. 경방고수가 보는 한국 경제 예측, 그리고 그 근거를 들어봤다.

SDE: 정부는 20조원의 재정 지출이 100조원 정도의 지출 효과를 낼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은행에 대한 대출 강요와 금리 인하에 목매단 채권펀드 조성은 원화 하락만 부추길 뿐이다. 12월에 은행들의 외환 유동성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1/4분기까지가 단기 바닥이다. 향후 전망은 은행의 예대율이 100% 밑으로 떨어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추세적 하락 속도가 빠르면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동시에 공황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은 앞당겨질 것이다. 반면 속도가 완만하면 고통은 경감되지만 공황은 길어질 것이다.

명사십리: 비관적이다. 대공황 차트를 분석한 결과, 대세 상승기 이후 내년에 대하락기가 있다. 주가 500선이다. 내년 11월 정도까지는 (위기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유가가 폭등하게 돼 있다. 우리가 받을 호재의 가능성도 있다. 아웃소싱이다. 반도체, 유전공학, 나노 분야, 태양에너지 등 기술을 갖추고 인건비가 미국보다 싼 일감들이 들어오면, 환율이 안정되면서 먼저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마포강변: 지금보다 50% 가난하게 살 생각을 해야 한다. 수출은 내년에 여전히 엉망진창일 것이고, 무역수지에서 흑자가 나도 자본수지는 적자가 날 것이다. “이 정도 고통이 올 것이다”라고 정부가 솔직히 얘기해야 한다. 결국 있는 사람들이 희생해야지 않겠나. 양극화가 심화되면 혁명에 준하는 사태가 날 수도 있다.

양원석: 정부가 빚을 빚으로 막으려 할수록 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대공황과 비슷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본다. 단순한 경제위기라기보다는 중산층이 몰락할 것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공중파 업은 IPTV, 방송계 '핵폭탄' 될까


 기사입력 2008-11-17 17:35 기사원문보기

▲ 17일 방송을 시작한 KT의 메가티브이 홈피 메인화면 공중파 재전송이라는 필수카드를 달았고, 영화 등도 공급해 쌍방향 시대의 진정한 시작을 알린다
ⓒ 조창완

KT가 17일 실시간 IPTV 서비스인 '메가TV 라이브'를 출시했다. 그 동안 말로만 있었던 쌍방향 콘텐츠 서비스가 사실상의 첫 행보를 내딛은 셈이다. 물론 그동안 이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IPTV는 공중파방송의 재전송이 불가능했다. 아직까지 절대적인 시청률을 차지하는 공중파를 볼 수 없는 IPTV는 사실상의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그런데  IPTV가 공중파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소비자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CF인 SK의 '브로드밴드'와 다음달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LG데이콤이 IPTV의 삼두마차다.

IPTV는 과연 위성방송처럼 찻잔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방송산업구조에 핵폭탄이 될 것인가. 기자는 후자라고 확신한다. IPTV의 뒤에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폐지라는 촉매제가 있기에 그런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런 확신은 2년 뒤에 있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이하 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 영업체계 변경이 있기에 가능하다. 현재 방송광고 대행의 역할이자 조절자의 역할을 하는 코바코는 미디어렙으로 바뀌고 다른 방송광고 대행업체도 생겨서 경쟁체제가 된다. 그럴 경우 광고주들의 자율성이 강화되어 광고시장의 위축이나 매체간 광고흐름의 격변이 예상된다.

원할 때 필요한 프로그램 볼 수 있는 IPTV, 방송계의 핵폭탄

얼핏 먼 것 같은 이 두 변화는 사실 우리 언론계의 현 지반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대형폭탄이다. 이 체계가 정착될 4년 후를 상상해 보자.

한 중견기업 광고업무를 담당하는 마흔살 영재씨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핸드폰으로 어제 놓친 드라마의 전반부를 봤다. 영재씨가 이용하는 통신사는 IPTV와 이동전화영상서비스를 연동해 VOD(주문자형 비디오서비스)를 제공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는 케이블TV를 이용했는데 광고가 없어서 시간을 줄이는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케이블TV는 주문형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반면에 대형 통신사들이 서비스하는 IPTV는 주문형 영상은 물론이고 이동전화, 인터넷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토탈 서비스를 제공했다. 각 서비스를 별도로 이용하면 비쌌지만, 한 회사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경우 패키지 가격이 있어서 저렴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도 영어공부를 한다고 IPTV의 영어 교육을 원했고, 아이도 원하는 만화를 주문해서 볼 수 있어야만 오락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공중파인 KMS 방송의 영업 담당자가 찾아왔다. 새로 시작하는 주말 드라마 시간에 있는 광고를 사달라는 것이었다. 5년 전만 해도 인기 드라마의 광고시간을 사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의 광고를 같이 사는 끼워팔기 등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일이 없어진 지 오래다. 또 코바코의 독점체제가 폐지되면서 전체 광고비 지출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IPTV가 확산되면서 공중파의 광고효과도 이제 거의 없다. 대신에 PPL(상표노출방식) 광고나 인터넷 광고의 효과가 늘어나고 있다. 공중파 담당자에게는 일단 상반기 집행 결정을 한 후 소식을 주겠다고 돌려보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기자의 상상일까 아니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모습일까. 5년 후 우리나라 방송의 시청 방식을 생각해보자. 현재 절대적인 시청자 망을 보유한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및 새로운 진입자 IPTV가 삼자구도를 이룰 것이다. 세 매체의 콘텐츠는 거의 차이가 없다면 시청자는 무엇을 선택할까. 주문형 비디오서비스가 가능한 IPTV를 선택하지 않을까.

홍콩, 서비스 3년만에 IPTV 보급률 45%... 케이블·위성TV 넘어서

▲ 홍콩 나우티브이 메인 나우티브이도 다양한 콘텐츠와 주문자형 서비스로 빠른 시간에 케이블 시장을 점령했다
ⓒ 조창완

사람들은 의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스카이라이프 등이 나왔지만 케이블TV의 선호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IPTV가 그렇게 영향력이 있을 것인가. 이 답안은 우리보다 먼저 IPTV를 실시한 홍콩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홍콩의 경우 2007년 IPTV가 케이블 TV 가입자수를 넘었다. 2007년 홍콩의 IPTV 가정 보급률은 45.3%로 케이블이 41%, 위성DTH (direct-to-home) 서비스가 나머지 12.3%를 점유하고 있다. 출범 3년만에 IPTV가 케이블 TV를 이긴 것이다.

원동력은 소비자에 맞는 콘텐츠 개발도 있지만 무엇보다 홍콩인들의 생활 패턴이다. 바쁜 오피스맨들이나 상인들이 많은 홍콩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IPTV의 성공을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도시의 밀집도가 높아 네트워크 사업비와 마케팅이 쉬웠다는 점이 있다. 반면에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은 아직 제대로 걸음마를 뛰지도 못하고 있다. 거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차이나텔레콤은 이동전화에 더 깊은 열정을 갖고 있고, 지역도 넓을 뿐만 아니라 유료 소비층 등도 얇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국내 최대 능력을 가진 KT, SK, LG의 삼두마차가 수도권 등 최대 집적도를 가진 시장에서, 이동전화, 인터넷 서비스 등의 기존 시장을 가진 채로 수십개로 분할된 케이블TV를 상대로 해서 일대 격전을 벌일 것이다. 몇 개의 MSO(다소유 케이블업자)가 있다지만 VOD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거대한 통신기업을 상대로 한 총성없는 전쟁을 과연 원만히 치러낼 수 있을까. 기존에 케이블TV는 한 가입자당 10만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인수되는 호시절을 지냈다. 과연 이런 영화는 IPTV 시대에도 계속될 것인가.

IPTV 전송망 중복투자는 낭비, 국가가 조율해야

IPTV의 부각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케이블TV 업자들을 어떻게 보호해줄 수 있는가와 낭비없는 시스템 구축이다. 또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콘텐츠 확보와 발전을 어떻게 유도할 수 있는가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실제로 현행 방송법상 MSO가 77개 방송권역 가운데 15개(5분의 1)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경우 15개의 권역을 소유한 MSO가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가입자는 300만명 정도다. 반면에 IPTV 사업자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1700만 명중에 33%인, 550만 명까지 확보할 수 있다. 103개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의 총매출이 2조 1300억원인데 반해 매출 12조의 KT를 비롯해 SK브로드밴드(1조 8682억원), LG데이콤(1조 3530억원)과 싸우는 것은 케이블TV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귀중한 전송망의 중복투자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현재 IPTV를 위해서는 1가구 1TV를 기준으로 할 때 최소 16M 이상은 되어야 IPTV 서비스를 원활히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3사는 09년 6040억원, 2010년 7683억원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결국 세 업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망에 돈을 쏟아붓는 꼴이다. 이미 케이블TV업자들이 디지터방송을 위해 돈을 쏟아부은 곳에 다시 투자하는 것이어서 국가 차원의 조율이 절실하다.

▲ 나우티브이의 컴퓨터 버전 iptv는 빠르게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가져오는 매체다. 사진은 나우티브이가 피시에 설치된 모습
ⓒ 조창완

가장 큰 문제는 방송발전의 가장 큰 요소인 콘텐츠의 확보 문제다. 현재까지 시청자들에게 콘텐츠로 영향력이 있는 곳은 공중파 방송사들이다. 하지만 공중파가 가진 콘텐츠 주도력은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드라마를 비롯해 중요한 콘텐츠는 이미 아웃소싱 받는 게 대부분이다. 지금까지는 방영권을 바탕으로 방송광고를 받을 수 있었지만 코바코의 폐지와 광고시장의 급속한 위축은 이런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또 VOD 시장의 확대는 방영권 자체의 위력을 약화시킨다. 방송사들은 드라마는 물론이고 제작비가 많이 드는 정보 프로그램까지 폐지하면서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지만 총체적인 시장 감소 속에서 내년 예산 계획을 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존 콘텐츠 시장의 강자인 공중파들도 일개 PP(프로그램 공급업자)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기존 공중파들은 생산물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한 비용 문제를 안고 있어 콘텐츠 생산 능력에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에 온미디어나 CJ미디어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PP들은 시청률 위주의 저렴한 방송 콘텐츠 제작망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할 전망이다.

반면에 격전장에서 가장 여유로운 것은 대기업 위주로 되어 있는 광고주들이다. 이전처럼 여러 가지 발전기금이 있는 방송 광고를 사지 않아도 된다. 이전보다 더 강하게 광고를 가지고 방송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오마이뉴스 조창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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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수용소서 키운 사랑..17년만에 뉴욕서 백년가약>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10.14 11:10

(노스마이애미비치 < 美 플로리다주 > AP=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수용소 철조망 사이로 만났던 10대들이 17년 만에 미국에서 재결합해 결혼에 골인했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플로리다 바닷가에 사는 헤르만 로젠블라트(79)와 로마 라치키(76) 부부.

이들의 운명적 만남은 로젠블라트가 독일의 슐리벤 강제수용소에 수용됐던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진티푸스로 아버지를 여읜 로젠블라트는 가족과도 생이별해 수용소에서 매일같이 페인트칠 등 고된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어느 날 철조망 담 앞에서 쉬고 있던 12세 소년 로젠블라트와 로마의 눈길이 마주쳤고 로마는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담 너머로 던졌다. 로젠블라트의 외모에 한눈에 반해버린 것이었다.

인근 농장에서 일하던 로마는 이후에 수개월 동안 매일같이 철조망 앞에 나타나 로젠블라트를 향해 사과를 건네줬다.

이들은 당시에는 서로 이름도 몰랐고 감시원에게 발각될까 두려워한 나머지 한마디 말도 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젠블라트가 악명 높은 체코소재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로 이송되면서 이들의 만남은 종지부를 찍었다.

죽음의 위기에 몰렸던 로젠블라트는 탱크를 앞세운 소련군이 진격해 강제수용소를 해체하면서 살아남았다.

전쟁이 끝나고 로젠블라트는 영국 런던에서 TV 수선기술을 익혔고 로마는 이스라엘로 이주해 간호사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몇년 뒤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로젠블라트는 어느 날 소개팅 장소에서 만난 여성에게 자신의 전쟁 경험담을 털어놨고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이 바로 매일 사과를 던져준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날 밤 그는 로마에게 청혼했고 1958년 뉴욕시내의 한 유대 교회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로젠블라트는 자신의 사랑을 소재로 한 '천사소녀'(Angel Girl) 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출간했고 내년에는 '철조망의 꽃'(The Flower of the Fence)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을 발간하고 영화도 만들 예정이다.

khmoon@yna.co.kr

도올의 포효... 가슴이 저립니다


도올의 포효... 가슴이 저립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내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해봐요.
그러니까 그 비극이라고 하는 건 말할 수가 없는 비극이예요.
거기서 생겨난 모오~든 악습과 악폐.
일제 식민지는 우리 민족으로부터 모든 공공의식을 뺏아갔어요.

무슨 얘기냐면,
이게 내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내가 사는 집 울타리만 생각하는 거예요.

이 울타리만 벗어나면 뭐예요?
남의 나라고, 순사가, 일본 순사가 댕기는 곳이예요.
모든 공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뺏아가 버렸다고.

내 나라가 아니니까.

공공의 나라가 없어요.
공공의 장소가 없어요.

그러니깐 조선 왕조의 문벌주의, 이런 귀족주의, 양반 지배구조가, 뭐냐면,
일제시대 때 아주 옹졸한 가족주의로 응결이 된 거예요.

그래 가지고 이러한, 일제시대 때 이러한 악랄한 폐습이,
해방후..


해방 웃기네?
언제 우리가 해방을 맞이했어요?
우린 해방은 없었어요.



왜?
해방이라는 건 우리가 우리 힘으로 쟁취했을 때만이 해방이예요.

아시겠습니까?
8.15 해방은 해방이 아니예요, 그거는.
그냥 우연히 주어진거예요, 그냥!

우리는 해방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다시 우리는, 제국주의의 밑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우리나라 역사에서,
여러분 아셔야 되는 건,
단군 이래, 이승만처럼 막강한 왕은 없었습니다.
그는 자기에게 항거하는 모든 사람을 다 죽였습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그러한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그것이 군사독재로 이어졌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우리 역사에 내재적인 요소로 만연돼있는 겁니다.


이건 너무도,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고,
여기에 금권이 결탁하고 정치가 결탁하고 모든 만연된 부패가 있어요.
이 부패에 대해서 우린 모두가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최소한,
그러나 우리 국민이 이제는 뭐냐하면은,
이렇게 만연된 6백 년의, 6백 년의 유교 혁명이 일으켜놓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우리 민족의 미래는 없다고 하는, 그러한 인식에,
모든 사람들이 지금 합의하고 있는거예요.

"IE만 호강”…한국서 몸살난 웹브라우저들

2008/09/09 09:30:06 AM
[지디넷코리아]‘삼키려니 고달프지만 버리긴 아깝다’

한국 인터넷 시장이 비주류 웹브라우저들에게 ‘계륵’이 됐다. 시장 자체가 유독 별나 적응에 진통이 따르고 있는 것. 하지만 한국은 나름 ‘인터넷 강국(?)’이기에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일부 웹브라우저들은 유례를 찾기 힘든 수술을 한국서 받고 있다. 좋게 말하면 현지화 전략이지만, 앵글을 약간 돌리면 울며겨자먹기로도 보인다.

■ “한국만 오면 웹표준 안통해”
구글이 이달 내놓은 ‘크롬’이나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8(IE8)' 등은 모두 한국에서 사용하기 힘든 브라우저다. 잘나간다는 포털도 깨져 보이는가 하면 금융거래는 거의 불통이다.

하지만 이들 웹브라우저를 비난하는 이는 거의 없다. 특정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는 웹표준에 충실했을 뿐이다. 웹표준은 구글이나 모질라재단 등 오픈소스 진영이 이끌고 있고 해외에선 메가트렌드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엇박자다. 'IE중심주의'가 건재한 가운데 웹표준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나름 IT 강국이라 자부하는 나라 중 웹표준과 가장 거리가 먼 곳으로 한국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웹표준을 모른 척 하는 특이 사례로 한국 실정이 외신에 다뤄지는 일도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액티브X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액티브X는 IE에서 제공하는 파일 유포 툴로 금융권과 다수 웹사이트에서 널리 쓰인다. 이는 액티브X가 없는 다른 웹브라우저로는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웹표준을 추구한다는 유명 웹브라우저들이 한국무대 적응을 위해 액티브X와 공존을 추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크롬·파이어폭스도 한국형 수술
심지어 MS를 주적으로 삼은 구글도 한국에서는 액티브X를 끌어안으려 한다.

구글은 아직 출시일이 미정인 크롬 정식판 한국어 버전에 대해 액티브X와의 호환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벌써부터 구글 본사는 액티브X를 사용하는 주요 한국 사이트들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사정에 밝은 구글내 한국계 엔지니어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상무는 “액티브X 호환은 크롬의 한국 안착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관문으로 보인다”며 “웹표준 만큼 한국 사용자들의 편의도 중요하기에 나온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구글의 이번 전략이 액티브X 툴을 크롬에 직접 탑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액티브X가 꼭 필요한 사이트와 크롬이 연동할 방법을 찾을 뿐이다. 하지만 웹표준 진영에서는 구글의 이같은 행보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웹표준을 부르짖어온 구글과 액티브X는 물과 기름처럼 공존할 수 없다는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도 크롬과 비슷한 진통을 겪고 있다. 네티즌들이 IE 탭을 파이어폭스에 연결해 국내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것.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는 파이어폭스를 국내서 어떻게든 활용해 보려는 고육책이다.

단, 이 기능은 모질라재단이 아닌 대만 업계에서 만든 것으로 파이어폭스 버전에 맞춰 업그레이드까지 되고 있다. 모질라재단은 이같은 편법(?)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한국 모질라커뮤니티 윤석찬씨는 “파이어폭스는 오픈소스 기반이기에 누구나 확장기능을 만들 수 있다”며 “IE 연동에 대해 모질라재단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힐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금융권, IE는 '극빈대우'
반면 올 연말 등장할 IE8은 크롬이나 파이어폭스처럼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웹표준에서도 그렇다. 한국 사이트들이 IE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를 뜯어 고치겠다고 들고 일어났기 때문. MS의 한국 내 영향력이 새삼 확인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MS는 최근 자기네 기술 중심의 시장 전략에서 한발 물러나 웹표준 진영과 협력을 모색하는 중이다. IE8에서는 액티브X 기능을 줄이고 본격적인 웹표준 기술을 탑재하면서 모처럼 칭찬도 듣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는 웹표준을 무시하고 MS만 믿고 있던 한국에 날벼락으로 떨어졌다. 현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IE8로 대거 업그레이드 한다면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주요 사이트들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 제2의 인터넷 대란 발생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IE8 베타버전에서 국내 주요 포털과 금융사이트가 깨져서 보이는 것이 확인돼 업계는 초긴장하는 모습이다. 한국MS는 웹표준을 지키지 않은 국내 사이트들이 IE8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코딩 수정이 필요하다고 8월 발표했다.

이에 국내 금융권은 최근 한국MS와 긴급 접촉을 갖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금융보안연구원 등 기관들이 IE8과 국내 금융사이트 간 호환성 테스트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금융보안연구원 성재모 팀장은 “국내 주요 사이트들이 IE8과 호환성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MS와 기술적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단, 일각의 예상처럼 MS가 한국이라고 특별한 IE8을 준비하지는 않는다. 한국MS 관계자는 “IE는 어느 나라나 같은 기능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 금융업계의 IE 맞춤 작업에 최대한 협조, 혼란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웹브라우저 입장에서는 부러울 만치 한국서 호강(?)하고 있는 IE다.

김태정 기자(tjkim@zdnet.co.kr)